<15> 자율신경실조증
기사 입력시간 : 2012-07-12 18:16
자율신경계는 내분비계와 더불어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체온조절계, 동공 조절 등 우리 인체의 항상성과 관련된 생존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기능들을 관장한다. 항상 호흡을 하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자율신경이 작동하지 않으면 호흡은 물론 당장 심장이 뛰지 않아 살 수가 없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이 둘은 정반대의 일을 한다. 싸우거나 위험한 곳으로부터 도망가는 등 바짝 긴장해야 할 시기에는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몸이 그에 맞게 반응하고, 반대로 푹 쉬어줘야 할 시기에는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어 우리 몸을 충전시킨다.
하지만 이런 두 가지 극단적 기능이 반대로 작용한다고 하면 어떨까? 바짝 긴장해서 몰입해서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기진맥진한다거나, 좀 쉬고 싶은데 잠도 안 오고 심장만 콩닥콩닥 댄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빛의 발견 유래로 항상 깨어 있길 강요받는 현대인들은 일반적으로 교감신경이 다소 항진된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격무에, 야근에, 직장상사의 압박에, 집에선 배우자의 잔소리에,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의무감에 항상 온갖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힘들어하니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도 “아빠 힘내세요~”라고 노래 부르는 아이들 통에 현대인들은 힘들어도 그리고 교감신경이 과부하가 걸리는 와중에도 오늘도 달린다.
자율신경이 문제가 되면 어떤 질병들에 걸리는 것일까? 자율신경성 다발신경병증, 원발성 기립성 저혈압, 길랑-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만성 염증성 탈수초다발신경근병증,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 알코올이나 영양과 관련된 말초 신경병증, 포르피린증, 열성 유전으로 유대인에게서 발견되는 가족성 자율신경병증(Riley-Day Syndrome) 등 매우 많은 질환이 자율신경과 연관된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위 질환들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이 자율신경계의 이상을 나타낸다고 말하는 게 맞다. 그럼 위와 같은 난치성의 질환의 병리적 상황 말고도 자율신경이 실조되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자율신경이 실조되면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의 기능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땀이 나오지 않는 무한증, 누웠다 일어날 때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지면서 어지러운 증상을 동반하게 되는 기립성 저혈압, 배우자에게 미안한 발기부전, 여성분들의 숙적 배변 기능의 이상, 위경련, 급체, 탈모, 두근거림, 실신, 동공 이상, 안구건조, 불면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나열된 증상을 읽으니 독자 분들도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증상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하는 현대인들의 특성상, 과긴장을 통한 교감신경의 항진상태를 유지해 나타나는 증상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일단은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여 항진된 교감신경을 다운시켜야 한다.
교감신경이 적절히 조절되었다면 이젠 항상 제 기능을 못하는 부교감신경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따뜻한 물에 온몸을 담그는 온욕이나 반신욕, 족탕 등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전신 마사지나 잠시 모든 걸 잊고 명상에 잠기는 것도 매우 도움되는 방법이다.
추가로 요사이 마트나 여러 생필품 매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로마 관련 제품(향, 양초, 오일 등)을 이용해 이성친구와 분위기 잡는데만 사용하지 말고 휴식할 때 자주 이용하여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로마 중에서 카모마일과 재스민이 침체된 부교감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교감과 부교감의 자율신경을 리셋하였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의 현장에 던져진다면 금세 교감신경 항진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평소 때 자율신경을 관리해 주어야 한다.
먼저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여 스트레스를 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옛말에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듯이, 항상 같은 시각에 규칙적으로 그리고 식사 중의 개처럼 방해받지 않는 즐거운 식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교감신경이 활동할 때와 부교감 신경이 활동 할 때를 구분하여 잘 조절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방법을 꾸준히 반복해도 스트레스만 쌓이고,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의학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일단은 현대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이 안 되는 원인에 해당하므로 대체의학적 도움과 한의학적 도움이 동시에 필요하다.
한의학적으로 자율신경을 측정하는 검사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장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율신경실조의 근저에 깔려있는 문제인 호르몬의 과소, 유기산의 과소, 중금속의 축적 등을 침 검사, 유기산 검사, 모발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소변의 유기산 중 pyroglutamate, succinate 등이 상승한 경우 자율신경 실조로 보고 치료가 필요하다.)
이렇게 확인된 검사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양한방의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데, 한방적으로는 침과 한약 치료를 병행하고 양방적으로는 수액을 통한 미량원소와 아미노산의 보충이 필요하다. 한약 중에 원지, 산조인, 영지 등이 진정 및 안신에 큰 도움을 준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음식이나 백신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 수은의 양이 많으면 신경독성을 일으켜 자율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킬레이션 치료를 병행할 필요도 있다. 물론 이런 치료들로 가계의 금전적 손실이 커질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 식생활로 본인의 자율신경을 잘 조절해야만 하겠다. 다음 호에는 ‘치매예방법(MPC-노근, 부경대 연구팀)’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종진
의사ㆍ한의사(대구한의대ㆍ부산대 졸)
대구한의대, 경원대, 부산대 외래강사
대한 의사ㆍ한의사 복수면허자 협회 기획이사
대한응용근신경학회 학술이사
한빛프롤로의원ㆍ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