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소화불량, 속쓰림 극복기
기사 입력시간 : 2012-05-24 15:18
소화가 잘 안 되고, 빈속에는 속이 쓰린 증상을 단순히 비교하면 위산의 과소에 의해 상반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위산이 소화에 필수인데 항상 위산이 적어 소화가 안 돼 더부룩한 것 같고, 또 빈속에는 위산 이놈이 속을 긁어 자주 속이 쓰리게 된다. 이 정도 설명으로 들으면 아마 감이 잡힐 것이다. 이놈의 위산이 눈치 없이 때를 맞추지 못하고 나오는 게 문제이다.
산도(pH)가 1.5~2.5나 되는 강산인 위산이 때를 가리지 못하고 눈치 없이 위벽을 들락거리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위산이라는 게 소화뿐만 아니라 악성빈혈과 직결된 비타민 B12의 흡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더욱더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눈치 없는 게 인간이냐?’라고 누군가는 부르짖었다. 위산도 눈치가 없으면 소화의 일등공신이다가도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다.
위산은 평소 가스트린이라고 하는 호르몬에 의해 분비가 자극된다. 위의 말단에서 가스트린이 분비되면 위산분비는 물론 이자액 생산을 유도하고 위, 소장, 대장의 움직임도 촉진하는 등 소화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관장하게 된다. 그러니 이 가스트린의 시기적절한 분비도 소화장애 증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몸을 다스리는 신경에는 뇌, 척수를 비롯한 중추신경과 거기서 사지 말단으로 주행하는 말초신경 그리고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자율신경이 있다. 이 자율신경 중에 부교감신경이 가스트린을 포함한 소화기 전반을 조절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우리가 지면에서 논하는 소화불량과 속쓰림의 증상을 다스리는 방법은 당장의 증상을 줄이기 위해 소화제를 먹거나 제산제를 먹는 것보다 위산에게 눈치 있는 분비를 가르치고, 자율신경계의 온전함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근본적이고 현명한 치료가 될 것이다.
위산 과다가 발생하는 사람은 일단 육류와 인스턴트 음식류 등 고칼로리, 고지방식의 섭취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음식은 지방과 염분이 많고, 과식과 폭식을 유도해 위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위산의 과도한 분비를 초래하게 되며, 대부분이 자극적인 맛을 가지고 있어서 위를 자극해 속쓰림 증상과 위궤양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탄산음료나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녹차 등의 음료는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를 돕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소화기계의 작동을 막아 위의 전반적인 기능과 식도하부 괄약근의 인위적인 개폐를 허용하여 위산 역류를 초래하기도 하며, 위점막을 자극해 위출혈과 위염 발생률을 높이게 된다.
그러므로 속쓰림이 발생하는 사람은 가급적이면 평상시 식사는 소식으로 유지하고, 맵거나 짜고 신맛을 내는 음식류를 금하기 위해 자극성이 적은 저염식의 담백한 채식류 섭취를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위의 크기를 줄여 위산 분비량을 감소시키면서 위벽 점막의 손상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식사는 하루 3끼를 규칙적인 시간에 정량으로 유지하는 것이 위산분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이로울 것이다.
제산제나 위산 분비 억제제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위산 조절 기능을 하는데, 먹는 음식으로도 이러한 조절이 가능하다. 바로 칼슘과 채소, 과일(신맛이 강한 과일은 제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칼슘은 잎이 푸른 채소 등에 많이 들어 있으며, 대부분 채소와 과일은 알칼리성으로서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식사를 전체적인 채식류와 곡물류, 그리고 신맛을 내는 과일을 제외한 나머지 과일류 등의 섭취를 꾸준히 이루어나가는 것이 옳다.
과일 중 신맛이 많이 나는 과일은 과일산의 성분이 많으므로 위산과다를 도리어 유발할 수 있는데 공복에 나오는 위산 덕에 속이 자주 쓰리신 분들은 이 신맛이 나는 과일을 식사 직전이나 신간에 먹기를 권한다.
전체 인구의 25%는 실제 위산이 부족하다는 연구가 있었다. 속이 쓰린 사람 중에 많은 부분이 위산이 많아서가 아니라 위산의 부적할 시기에 나와서인 것이다. 따라서 위산을 유도할 수 있는 신맛 나는 과일이나 식초 아니면 비타민C 등을 식사 직전이나 식간에 복용하길 권한다. 이 중에서 고질적인 소화불량에 속쓰림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으로 고루 갖춘 경우는 위산의 부족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런 분들껜 식전 식초를 강권한다.
특히나 한의사에게 자신의 체질을 감별 받아 사상체질에 맞는 식초를 먹도록 하는데 이걸로 제산제를 입에 달고 사는 만성 환자에게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또 자신은 속만 자주 쓰리고 다른 증상이 없다 보니 위산이 많아서 일 거라고 착각하고 식초는 자신에게 해당사항이 없다고 보시는 분들도 주의해야 하는데 위산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제산제와 위산분비 억제제를 입에 달고 살면 얼마 안 가 위산의 산도(pH)가 높아지고(산성의 성질은 줄어듦) 위산의 양이 줄어드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위산의 양을 늘린다기보단 위산이 눈치가 있어지도록 한다는 측면에서(위산의 분비 시기를 조절) 체질에 맞는 식초는 매우 좋은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한가지 당부의 말은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량으로 유지하는 것은 자율신경의 조절이라는 측면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식초 이전에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자율신경계를 적절히 조절한다면 더욱 근본의 치료가 될 것이다. 자율신경의 조절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다음 호에는 ‘잘 먹고 잘 싸기’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종진
의사ㆍ한의사(대구한의대ㆍ부산대 졸)
대구한의대, 경원대, 부산대 외래강사
대한 의사ㆍ한의사 복수면허자 협회 기획이사
대한응용근신경학회 학술이사
한빛프롤로의원ㆍ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