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밥 먹는 것이 고역, 턱관절 통증
기사 입력시간 : 2012-04-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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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의식주(衣食住)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먹는 것일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건강을 챙기기 위해 여러 가지 목적으로 매일매일 우리는 식사를 한다. 물론 프랑스의 모델 이사벨카로처럼 거식증으로 고생하다 죽는 경우도 있다. 비만을 만병의 근원으로 보고 소식(小食)을 부르짖는 많은 현대인에겐 먹는 것이 별로 좋게 비취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먹기는 먹되 적게 먹는 것일 뿐이다.
이런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이 참 배부른 소리로 들리는 환자들이 있는데 매번 씹는 것은커녕 입을 벌리기조차 힘든 턱관절 환자들이다. 보통 무릎이나 어깨 관절의 통증을 관절질환으로 생각하고 턱관절의 통증은 환자로 취급하려 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턱이 아픈 환자들은 어디서 환자로 명함도 못내밀고 혼자서 끙끙 앓게 된다.
턱관절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사가 딱히 정해지지 않은 현실에서 환자들은 막연히 치과를 향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대게 작은 치과를 거처 치과대학병원의 구강내과를 찾게 된다. 물론 치아 배열의 문제나 턱의 구조적 문제인 경우는 치과를 찾아 교정을 받던 성형외과를 찾아 턱관절 수술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일 테지만 실제로 임상에서 턱관절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기능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다. 물론 구강내과에서 스플린트(마우스피스와 유사한 치료기구)를 처방받아 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턱관절 또한 아래턱의 움직임에 따른 턱관절과 상부 경추, 그리고 두개골까지 관여하는 복합적 메커니즘의 문제에 의한 기능적인 턱관절 질환이 많으므로 이를 먼저 잘 감별함이 옳다.
그럼 대체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을 것이다. 턱관절을 보는 전문 한의원이 속속 들어서면서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법정 공방이 여러 차례 있었을 정도로 두 직능의 자존심 싸움으로 인한 환자들의 혼란이 더 가중되는 현실이니 충분히 그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턱관절이 아픈 환자들은 일차적으로 근처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찾아 턱관절 엑스레이를 찍어보길 바란다. 그 엑스레이에서 턱관절 내의 디스크가 혹이나 찢겨 있으면 일단은 장기간 치료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다음 순서는 그 엑스레이를 지참하고 턱관절 전문 한의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거기서 교근, 익상근, 측두근 등의 저작근(씹는 것을 담당하는 근육)을 풀고 경추를 교정받고, 턱관절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플린트를 처방받아 착용함이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할 부분이다. 확률적으로도 이런 턱관절의 기능적인 문제가 70~80%에 해당하니 먼저 진료받아보는 게 옳다. 그 다음 한의사의 조언에 의해 혹은 치료 효과의 더딤에 의해 치과대학병원의 구강내과를 찾아가길 권한다. 거기서 치아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턱의 구조적 문제가 큰 경우 성형외과에서 턱관절 수술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턱관절 환자를 많이 봐온 필자라면 몇 가지 치료를 추가할 것이다. 미식축구 MVP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가 MVP를 받은 그 경기 직전에 무릎인대 파열로 시술받은 인대강화주사(prolotherapy)를 농도를 높여 턱관절 디스크에 시술과 응용근신경학(AK)을 치료에 이용하는 의원이나 한의원에서 두개골 교정을 받는 것, 그리고 영양치료가 그것이다. 물론 이런 몇 가지 다소 생소한 시술을 받기 전에 치료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럼 이 시술들에 대해 알아보자. 앞서 치료 전에 엑스레이로 디스크의 찢김 유무를 알아보라고 했는데, 이런 디스크의 찢김이 있는 경우 턱관절의 치료가 매우 힘들어진다. 이때 인대강화주사(prolotherapy)액의 농도를 2배로 높여 턱관절의 관절강 내에 주입하는 경우 한 번의 시술로는 힘들겠지만 주치의와 상의 후 적절한 횟수 시술하면 충분히 찢어진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응용근신경학(AK)은 미국의 대체의학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선 의사와 한의사가 매달 세미나를 열어 공부하게 되는 학문인데, 일반인들에겐 이 학문이 일본의 한 의사가 응용한 오링테스트로 더욱 유명하다. 이 학문에는 미국의 서덜랜드 박사가 발견한 머리뼈와 천골의 일차호흡기전을 응용한 치료가 있는데 치료가 힘든 턱관절 환자는 반드시 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양의학에 의한 치료는 아연(Zinc)을 필두로 한 턱관절 환자에게 부족한 미네랄과 비타민, 아미노산을 먹는 것이다. 턱관절의 움직임은 1번 경추와 2번 경추 사이의 중간지점을 지렛대로 삼아 운동하게 된다. 그런데 이 상부경추가 아탈구(subluxation) 되었거나, 상부경추를 지나는 척수의 뇌척수액이 뻑뻑하면 상부경추가 경직됨과 동시에 연쇄적으로 턱관절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필자의 경험을 빌자면 치료를 열심히 하고도 50% 이상 좋아지고는 더 이상 호전이 없는 환자에게 아연을 투여해서 깔끔하게 좋아진 경험이 있다. 뇌척수액의 뻑뻑함과 인체 내 아연의 부족과의 연관성을 영양의학 전공서적에서 읽은 기억을 되살려 치료했다 좋아진 사례이다. 턱관절 환자들은 이 사항을 반드시 기억하여 살이 쪄도 좋으니 밥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턱 안 아픈 행복을 되찾길 기원한다. 다음 호에는 ‘태아를 위한 임신 중 관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종진
의사ㆍ한의사(대구한의대ㆍ부산대 졸)
대구한의대, 경원대, 부산대 외래강사
대한 의사ㆍ한의사 복수면허자 협회 기획이사
대한응용근신경학회 학술이사
한빛프롤로의원ㆍ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