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알러지 퍼레이드
기사 입력시간 : 2012-02-23 18:23
환경적 영향 혹은 유전적 영향 등 여러 가지 알러지 소인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알러지 질환을 앓게 된다. 돌 전후에는 피부건조와 특징적 습진을 동반한 피부증상인 아토피가 설사나 복통 등 위장관 증상(food allergy)과 함께 나타난다. 초등학교 취학 무렵에는 천식을 앓기도 하며 더 나아가 알러지성 비염을 진단받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가 커감에 따라 피부, 위장관에서 하기도로 그리고 다시 상기도로 병이 이동하면서 심해지는 것을 알러지 행진(allergic march)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나타나는 동일한 기전에 의해 유발된다. 이 기전을 유발하는 원인은 환경, 유전, 음식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병원에서 피부유발검사나 피검사로 원인이 밝혀지더라도 실제로 그 원인이 주어졌을 때 알러지가 유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의학에서는 태열(胎熱)을 원인으로 삼고 아이의 태열을 끄는 한약 치료로 알러지 질환을 치료한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소아 질환으로만 여겼던 아토피가 성인에게도 많이 나타나고 이 새로운 난치병을 치료하고자 대한민국에는 물론 일본에까지 아토피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친자연적 환경과 식단을 제공하는 아토피 마을도 다시금 도시 생활로 돌아왔을 때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야말로 큰일이다.
필자도 서른 중반에 들어서면서 전신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하여 겨울이라 건조해서 그러려니 하고 보습제만 온몸에 문질렀는데 작년부턴 한여름에도 온몸이 간지러운 것은 물론 많이 긁은 부위는 벌써 거뭇하게 색이 들고 거북이 등딱지처럼 되는 태선화 형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게 피부가 두꺼워져야 하는 데 반대로 피부가 얇아져 철면피로 살긴 힘들어졌다. 그럼 험한 세상에서 양심적으로 살다가도 얼굴에 간간이 철판을 깔 수 있는 아토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 뱃속에서부터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산모들은 대게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아이와 엄마의 건강을 위해 한약을 많이 먹는데 이때 아이의 태생 후 삶의 질을 위해 한의사 선생님께 꼭 태열도 방지할 수 있는 한약으로 짓길 추천한다. 그리고 가까운 약국을 찾아 ‘오메가 3’와 ‘유산균’을 꼭 사서 꾸준히 잡숫길 권한다.
전술한 대로 이 알러지의 원인은 면역반응 유발물질의 과도한 분비인데 이 면역물질이 ‘오메가 6’인 아라키돈산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쉬운말로 바꾸면 나쁜 기름(오메가 6)을 많이 먹으면 알러지가 악화되고 좋은 기름(오메가 3)을 많이 먹으면 알러지 질환이 개선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산균은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대장 내 정상세균총인 유산균이 풍부한 것은 곧 면역기계가 튼튼하단 말과 상통한다. 우리 몸의 면역기계가 교란되어 알러지 질환이 발생하는 만큼 유산균은 꼭 산모가 아니더라도 모든 성인에게 권하고 싶다. 이렇게 관리한 후 산모의 아이는 알러지 질환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성인의 경우는 어떨까. 성인은 다음의 두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첫째는 음식조절이고 둘째는 장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조절은 앞서 말한 나쁜 기름을 피하고 좋은 기름을 많이 섭취하란 말이다. 이는 알러지 질환을 막는 일임과 동시에 삭신이 쑤시는 통증을 예방하는 일이다. 나쁜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이 알러지의 원인인 류코트리엔 뿐만이 아니라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들 밤늦게 치맥(치킨+맥주)이나 라면을 야식으로 먹고 다음날 온몸이 뻐근한 느낌을 받은 적이 한번이라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목이나 어깨가 결린다고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방문하기도 하는데 이는 잠을 잘못 자서라기보단 나쁜기름을 많이 먹어서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리고 장을 튼튼히 해야 하는 이유는 잘못된 식습관으로 장이 약화되어 우리 몸의 면역기계가 교란을 받는 경우를 막자는 것이다. 우리 장(腸)의 장벽이 이루고 있는 점막은 좋은 균을 흡수하고 나쁜 균은 쓸어내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섭생을 잘못하여 나쁜 균이 지나치게 증식하면, 이것이 장벽을 뚫고 혈관을 통해 간까지 전이되고 간에 부담을 주게 되어 면역질환(알러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벽이 박테리아 균을 충분히 막지 못하고 누설하게 되는 현상을 ‘장누출증(Leaky Gut Syndrome)’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알러지나 민감성을 의식하지 못한다. 장에 독소가 지나치게 쌓이면 결국 간에 부담을 주게 되고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 중 밀가루(Gluten)나 우유(Casein) 등이 가장 큰 부담을 준다. 간의 면역 세포인 쿠퍼 세포에 지나친 부담이 가해지면, 결국 자가 면역 질환까지 오며 관절염이나 근육통까지 수반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필자는 환자들이 관절이 아프다고 하면 반드시 장 검사와 간기능 테스트를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장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간도 약해지고, 결국 관절에까지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혈액 검사상으로는 거의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나 그렇다고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지면이 허락하는 만큼만의 설명을 하여 사고의 비약이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으나 장의 건강이 곧 알러지 질환의 예방이란 사실임엔 틀림이 없다. 남녀노소 모두가 음식 조절과 장 건강을 잘 챙겨 알러지 질환 없는 모두가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호에는 ‘하늘이 빙빙, 어지럼증 극복기’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종진
의사ㆍ한의사(대구한의대ㆍ부산대 졸)
대구한의대, 경원대, 부산대 외래강사
대한 의사ㆍ한의사 복수면허자 협회 기획이사
대한응용근신경학회 학술이사
한빛프롤로의원ㆍ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