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그늘에서 찾은 희망, 협진
기사 입력시간 : 2011-12-18 18:21
요즈음 항간에 도는 얘깃거리의 핫이슈는 누가 뭐래도 한미 FTA일 것입니다. 야당에서 ISD를 반대한다느니, 판사들이 FTA반대를 위한 공식 서명운동을 한다느니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FTA 하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이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쇠락과 약값의 상승일 텐데요. 물론 공공부문에선 국내법이 상위법이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은 단지 FTA를 싫어라 하는 소수가 퍼뜨린 기우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야당이 그리 무서워하는 ISD독소조항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아무리 의료업이 비영리 공공부문이라 할지라도 법대로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명약관화하니 의업을 하는 저 또한 걱정이 앞섭니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비싼 신약, 비싼 치료법 등 돈 없는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저렴한 치료만을 한다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을 테고 자칫 비싼 치료를 흉내 내다간 혹여 불공정한 의료행위로 ISD에 제소당할 지도 모르니 더더욱 걱정입니다. 아마 제소당하기 전에 큰 자본을 앞세운 미국 민영의료법인(기업)들이 우리나라 소규모 의원들을 저렴한 치료를 시도하기도 전에 고사 시킬지도 모릅니다. 물론 복지의 대명사인 북유럽국가는 미국과의 FTA로 의료업을 민영화하고도 약값 및 의료비 지출이 1억불 이상 줄었다고 하니 희망의 불씨가 꺼진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북유럽의 경우가 미국사대주의(혹은 미국에 대한 피해의식)에 빠진 대한민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 비교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아니 미국과 시스템 자체가 다른 대한민국 고유의 의술인 한의학을 현대의학에 접목시켜 새로운 치료적 프로토콜을 만들어 미국의 자본을 앞세운 의학과 겨뤄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물론 모든 결과는 국민들의 선택에 달렸겠지만 양한방 협진에 거는 기대는 의업에 일선에 있는 저만큼이나 국민들도 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두루 공부한 저는 오로지 환자들의 치료만을 위해 양한방 협진을 부르짖어 왔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시도해보고 좋은 결과들도 많이 얻었습니다. “현대의학은 병의 급성기 때 잠시 조절해주는 데 도움이 될 뿐 오래 쓰면 독이다.”라고 겁을 주는 한의사나, “침 치료는 물리치료사의 마사지와 진배없고 한약은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절대 먹어선 안된다”라고 비하하는 의사들 모두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주도권 싸움에서 이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 파란 눈의 돈쟁이들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FTA 때문에 협진을 해야 한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양한방 협진은 먼저 진정 환자들의 생명을 더욱 귀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며 더불어 FTA 격랑 속에서 이 나라 공공의료를 지켜낼 수 있는 큰 흐름과 방안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저와 같이 양한방 협진에 몰입해온 의료인들의 소중한 생각입니다.
앞으로 회를 거듭하며 설(說)을 풀어나갈 주제들은 모두 우리와 우리 부모님들이 고생하는 질환들에 관한 것이며 이를 하나하나씩 파헤쳐 볼까합니다. 독자 분들도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혹 다음 회부터 등장하는 질환들을 치료할 때가 있다면 당신의 주치의에게 저의 소견을 나누고 함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종진
의사ㆍ한의사(대구한의대ㆍ부산대 졸)
대구한의대, 경원대, 부산대 외래강사
대한 의사ㆍ한의사 복수면허자 협회 기획이사
대한응용근신경학회 학술이사
한빛프롤로의원ㆍ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