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 (23) 한약과 양약
한약은 단지 보약용? 속성 치료약도 있다
말라리아 등 치료 효능 입증… 신약 중 생약 성분 추출도 많아
‘보약’이란 편견이 약효 떨어뜨려
한약하면 보약(補藥)을 떠올린다. ‘더하기(補)’는 빼기(瀉)를 위주로 하는 현대의학에는 없는 한의학 고유의 개념인지라, 기력이 쇠한 환자를 보면 한약을 권하고 싶은 것이 한의사의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한약은 기운이 빠질 때 아니면 먹을 필요가 없을까? 아니다. 한의학도 현대의학처럼 엄연한 치료의학이다. 수천 년 전에는 한의학만으로 상한(감기)과 학질(말라리아)을 포함한 무수한 질병을 고쳤고 문헌상으로는 현대의학보다 먼저 외과수술을 시행했다. 한약 또한 속효성 치료약이 있다.

‘한약은 보약만이 전부’로 인식되는 오해가 한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의학에는 약이 아니더라도 약이라 믿고 먹으면 낫는 현상인 ‘플라시보’가 있다. 반대로 의심하면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인 ‘노시보’가 있다. 플라시보는 치료 효과에 3할 이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니 한약에 대한 노시보를 플라시보로 바꾸는 간단한 사고의 전환만 가지고도 한약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페니실린이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 승리에 기여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 등의 양약은 그 효과가 빠르고 탁월하다. 하지만 페니실린과 세파계열로 불리는 항생제 이후의 신약 개발은 점차 생약(한약)의 성분 추출로 이뤄졌다. 그러니 대부분의 신약은 한약의 일부라고 말해도 비약이 아닐 것이다.

물론 한약은 개개의 한약을 사용하기보단 여러 개의 한약을 조합하여 방제(처방)로 사용하니 굳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약 성분을 그대로 넣은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실리마린(간질환 치료제), 방풍통성산(비만치료제)이 엄연히 양약으로 처방되고 있으니 환자들도 한약과 양약에 대한 이런 개념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앞서 필자는 한의학만이 보(補)하는 개념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도 이젠 치료약만이 전부는 아니다. 비타민과 미네랄에서부터 처방이 가능한 오메가3, 타치온(글루타치온), 소마지나(콜린), 치옥타시드(ALA)까지 환자에게 매우 이로운 양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약 중 보약의 개념은 장부의 허와 실을 따져 앞으로 있을지 모를 환자의 질병을 예방하는 예방의학적 개념이 강하고, 양약의 보하는 개념은 킬레이션이나 IVNT(Intra-Venous Nutrient Therapy·혈관을 통해 인체 내부에 직접 영양분을 주입하는 치료) 등으로 체내의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당장 결핍한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보충하는 개념이 강하다.

결론은 한약이든 양약이든 모두가 환자의 현재 상태와 미래 상황을 대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자들로 하여금 지나친 금전적 손실과 약물 오남용을 종용하여 의사의 잇속만 챙기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적절히 하는 것이 옳지만, 모든 환자를 건강염려증에 시달리게 만들 순 없는 일이 아닌가. 그 적절한 정도를 찾아주는 것이 바로 의료인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싶다.


/ 이종진 해산한의원 & 한빛프롤로의원 부원장